2009년 11월 15일 일요일

[옮겨온글]Learner's Book: 사기(史記)를 구입했습니다.

<원문 작성일: 2007년 10월 24일 @ learningculture.wordpress.com >

 

드디어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안 그래도 읽을 책들이 줄을 서있는 지금, 그 책들 (한 권이 아니라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은 더해만 갑니다) 눈에 들어와 버렸지요.

 

서울 시내 헌책방 중 몇 해 전부터 꾸준히 방문하게 된 이문동의 “신고서점“은 다른 헌책방과는 다른 깔끔함이 있습니다. 헌책방을 사랑하시는 분들은 용산의 “뿌리서점”같은 인정 많은 주인아저씨와 잘못 뽑으면 와르르 무너져 버릴 것 같은 책의 탑과 같이 헌책방 하면 의례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를 좋아하시는 분도 있겠지요. 물론 저도 그렇지만.. 신고서점은 다른 헌책방에서 볼 수 없는 일반 서점의 깔끔함이 있답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헌책방 탐험에서 한번 쓰겠습니다.)

외대 앞에 있어서인지 신고서점은 유난히 외국어 서적이 잘 정리되어 있어 평소에 저는 일본어 서적을 사기 위해 가곤 했죠. 그런데 일본어 서적 이중 책꽂이 앞에 눈에도 잘 띄는 파란색 책 묶음을 발견했죠. 평소 전집류는 노끈이 묶여 있고 가격이 위에 써있어서 자세히 보니 간자체로 사기()로 되어 있더군요.

 

간자체를 보면 머리가 아픈 저는 그냥 포기하고 새로 들어온 Bluebacks 만 열심히 보고 있었습니다. 지난번 방문에도 한 10권정도를 사갔는데, 이번에도 많이 들어왔더군요. 일본 책이라 오래된 것도 2천원이었답니다.

 

한 8권정도 고른 후, 간자체로 사기는 어떻게 되어 있는지 좀 궁금해서 노끈을 풀러 봤습니다. 오호! 이럴 수가! 원래 북경의 중화서국(中華書局)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책인데, 1959년 9월에 제 1판이 인쇄된 걸로 되어 있더군요. (구입한 책은 1996년 1월 제 14차 인쇄본) 따라서 중국 본토에서도 간자체가 전반적으로 쓰이기 전에 출간되기 시작한 책이라 사기의 원문은 물론 집해, 해설 그리고 심지어는 출판설명도 모두 번체(繁體)로 되어 있더군요.

 

질문!

출판설명에 옆줄이 두 가지
형식인데 무슨 뜻일까요?
알려주세요~

그래서 큰 맘먹고 구입해 버렸습니다. 사실 사기에 사자도 모르는 전 10권 묶음이 제대로 된 건지 아닌지도 모르는 체 말입니다. :-) 질러보는 거죠 머~~ 사실 공부 좀 하고 사려했는데, 헌책방이라는 곳이 ‘나중에 사야지..’하고 다시 가면 90% 팔린다는 사실. 그래서 2만원 버린다 생각하고 사 버렸습니다.

그리고 COEX에 반디서점에 가서 번역판 사기를 찾았죠. 사기라는 책이 그냥 방대한 내용이다라는 막연한 생각만 갖고 있었지 어느 정도인지 어떤 구성인지 그런 내용은 하나도 모르는 저로서는 여기저기에서 출판된 책들을 보니 정신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좀 공부를 해 보니 다음과 같았습니다.

1. 사기는 전 130권()으로 구성 本紀) 12권
- 표(
) 10권
- 서(
) 8권
- 세가(
世家) 30권
- 열전(
列傳
) 70권
* 참고: 옛 책의 권(
)은 지금의 장(Chapter)에 가까운 의미 입니다. 권이라는 것 자체가 지금의 종이 책이 아니고 대나무를 길게 잘라서 여러 개를 옆으로 넓게 엮으면 마치 지금의 김밥 마는 대나무 (이름이 머더라??) 처럼 생겨서 돌돌 말아 보관해서 권()이란 말을 쓴답니다.

- 본기(

. 후대에도 내용이 해석되거나 더해져서 南朝) 송()의 배인()의 사기집해(史記集解) 130권
  (현존 최고의 주석서)
- 당(
)의 사마정(司馬貞)이 사기집해를 근거로 사기색은 (史記索隱)
  30권을 짓고, 삼황본기 (
三皇本紀)를 보충하여 주석을 붙임
- 역시 당(
)의 장수절(張守節)이 다시 사기정의(史紀正義) 130권 추가

- 남조(

여하튼, 저는 그날 운이 좋아서 인지 총 10권 (이 권은 하나의 책을 샐 때 권입니다.)을 모두 구입했더라구요. 또 위에 적혀있는 것 처럼 시대에 걸쳐 덧 붙여진 해석도 모두 수록이 되어있었답ㄴ디니다. 아직 1권만 보고 있는데, 애석하게도 사마정의 “삼황본기”는 없고 사마천의 원전처럼 “오제본기(五帝本紀)”부터 시작됩니다.

한문 쉬운 문장만을 읽을 줄 아는 저로서는 한글 설명이 되어 있는 책이 필수적이었죠. 그래서 저는 또 저질렀습니다. 참고서로 사용할 요량으로 육문사의 동양고전신서의 “사기 – 本紀ž()ž“(박일봉 편역 / 15,000원)을 선택했죠. 실제 반디서점에서 찾아 보니 사기의 전문이 모두 번역된 책은 그리 많지 않더군요. 육문사의 사기도 총 4권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모두 구입하면 6만원에 육박하는군요.. 특히 육문사 사기는 사마정의 삼황본기(三皇本紀)부터 시작합니다. 그날 찾아본 모든 사기(史記) 번역서 중 유일했습니다. 그래서 같은 값이면 덤이 있는 쪽을 택하는 한국인의 성격을 발휘하여 J

그래도 마음은 즐겁습니다. 작년 5월부터 나름 한문공부를 한 티가 좀 나네요. (좀 자랑 같지만 흐흐) 그래도 열심히 파고있는 논어랑 대학보다는 문장을 이해하기 쉬워 다행입니다. 물론 명사들은 다 찾아봐야 하지만.

 

이제 오제본기(五帝本紀)의 순()임금 부분을 읽고 있습니다. 순임금에 대한 내용은 요()임금과 맞물려서 상당히 많네요. 순임금은 상당한 효자라고 알고 있습니다. 작년에 처음 동몽선습의 부자유친(父子有親)편에 을 읽는데 이런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昔者大舜父頑母嚚嘗欲殺舜
舜 克諧以孝 烝烝乂不格姦
孝子之道 於斯至矣

옛날 순(임금)은 아버지가 완악(頑惡)하고 어머니는 모질어서 일찍이 순을 죽이려 했으나, 순이 효도로서 화합하고 끊임없이 다스려 (부모가) 악한일에 빠지지 않게 했다. 효자의 도리가 지극한데 이르렀다.

그런데 실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는 사기에 잘 나오더군요. 꼭 한번쯤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