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15일 일요일

[옮겨온 글]論語學習記: 위정(爲政)으로 들어가면서

<원문 작성일: 2007년 10월 28일 @ learningculture.wordpress.com >

 

논어집주(論語集注)를 시작한지 어언 5개월. 드디어 爲政이 시작되었습니다.


예전에 어떤 블로그에서 하루에 한 장(章)씩 공부하면 학이(學而)가 16장이니 한 달이면 위정(24장)을 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내용을 본적이 있습니다. 이런 전 너무 머리가 나쁜 것일까요? 학이만 5개월이니. 언제나 길기만 한 논어집주를 언제나 끝낼지 정말 까마득하군요.

박수동 선생님이 그리신 "오성과 한음"이라는 명령만화를 기억하는 제 나이또래 분들이 계실 겁니다. 오성과 한음이 책 한 권을 끝내면 서당에서 "책씻이"라는 의식이 있었는데 오성이 어머니가 단술을 만들어 서당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장면이 기억 납니다. 겨우 학이를 끝낸 지금 전 그 단술이 너무 마시고 싶네요 J (근데 단술이 머죠? 식혜인가요?)

 

율곡 이이 선생님이 지으신 격몽요결(擊蒙要訣)의 "독서(讀書)"편을 보면

 

先讀小學於事親敬兄忠君弟長隆師親友之道一一詳玩而力行之
次讀大學及惑問於窮理正心修己治人之道一一眞知而實踐之
次讀論語於求仁爲己涵養本源之功一一精思而深體之
次讀孟子於明辨義利遏人慾存天理之設一一明察而擴充之

次讀中庸於性情之德推致之功位育之妙一一玩索而有得焉
次讀詩經於性情之邪正善惡之褒戒一一潛繹感發而懲創之
次讀禮經於天理之節文儀則之度數一一講究而有立焉
次讀書經於二帝三王治天下之大經大法一一領要而遡本焉
次讀易經於吉凶存亡進退消長之幾一一觀玩而窮硏焉
次讀春秋於聖人賞善罰惡抑揚操終之微辭奧義一一精硏而契悟焉

 

五書五經循環熟讀理會不已使義理日明而宋之先正所著之書如近思錄家禮心經二程全書宋子大典語類及他性理之設宜間間精讀使義理常常浸灌吾心無時間斷而餘力亦讀史書通古今達事變以長識見若異端雜類不正之書不可頃刻披閱也

 

凡讀書必熟讀一冊盡曉義趣貫通無疑然後乃改讀他書不可貪多務得忙迫涉獵也


요약하면 우선 배우고자 하는 이(學者)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공부를 해야 한답니다..

 

소학 → 대학 → 논어 → 맹자 → 중용 → 시경 → 예경 → 서경 → 역경 → 춘추

 

위의 5서 5경을 순환숙독 (돌려가며 익숙히 읽기)을 해야 하고, 성리학의 영향이라서 그런지 근사록(近思錄), 가례(家禮), 심경(心經), 이정전서(二程全書), 주자대전(朱子大全), 어류(語類), 및 기타 성리학 관련 서적을 읽어야 한다고 합니다. (휴~)

여력이 된다면 또, 역사책을 읽어 옛날과 지금에 일어난 일에 통달하여 식견을 신장시켜야 할 것이랍니다. (다행이 史記를 보고 시작했군요.. 하지만 여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만약 이단잡류(異端雜類, 성리학자들이니 불교서적이겠죠?)의 책은 잠깐이라도 보지 말아야 한답니다.

무릇 책을 읽을 때는 반드시 한 책을 익숙히 읽어 그 의취(의취)을 깨달아 꿰뚫어 통달하고 의심이 없은 뒤에야 다시 다른 책을 읽어야 하며, 많이 읽기를 탐하고 얻기를 힘써서 바삐 섭렵(涉獵)하지 말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의 공부 방법을 보아하니, 우선 동몽선습과 격몽요결을 읽었다는 건방짐으로 소학은 쉽게 무시해 버리고 주제 넘게 논어집주에 도전 지금까지 고분고투하고 있습니다. 주희(朱熹) 선생님의 자세한 해석모음(集注)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어리석어 내용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므로 우연히 헌책방에서 대학장구(大學章句)을 구매하여 짧은 경문(經文)만 읽었습니다. 그나마 경문을 읽고 지어지선(止於至善)에 이르는 내용을 요약하고 컨닝 페이퍼로 쓰고 나니 논어집주 볼 때 좀 도움이 되더군요.

 

게다가 퇴계 선생님의 성학십도(聖學十圖) 중, 대학도(大學圖)만 큼은 못하지만 그래도 나름 정리를 해 보니 다른 유학서적에 대한 이해가 빨라 지더군요.


(블로그 이미지로 쓰려고 "성학십도 – 대학도"로 구글 검색하니, 한적(漢籍)으로 성학십도를 출판하는 출판사가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오호.. 흥분되네요)

 

아무튼 이렇게 하여 저의 논어집주 공부는 벌써 5개월을 넘고 있네요. 교재는 70년대에 성균관 대학에서 출간한 검정색 하드커버의 "사서(四書)" 와 전통문화연구원회에서 출간한 성백효 선생님의 "논어집주"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서는 대학장구, 논어집주, 맹자집주, 중용의 순서로 xxxxx 활자본으로 되어 있습니다. 전 용산의 뿌리서점에서 구매했는데 규모가 있는 헌책방이면 구매할 수 있을 걸로 생각 되네요. 종이 질이 그렇게 좋지 않아 책은 가벼운 반면 모두 해석서라 상당히 두껍습니다. 그래서 전 아래 그림처럼 각 경서로 구분 한 후, Kinkos에서 스프링 제본을 했습니다. 논어집주와 맹자집주는 좀 두꺼워서 각 두 권으로 나누었죠. 그리고 나니 휴대하기도 편하고 보기도 좋더군요. 흐흐

공부는 크게 3단계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1. 전통문화연구회의 사이버 서당에서 정태현 선생님의 논어집주 비디오 강의를 논어집주 (성백효 역주)로 공부하고
  2. 공부한 장(章)의 원문과 집주가 외워진 후, 논어집주 원문으로 다시 공부. 가능하면 원문에 집주보다 더 작게 쓰여진 글 (대전소류라고 하나요??)도 읽어 보려고 노력 중임
  3. 논어의 원문은 역시 집주보다 어렵더군요 (원문은 주자의 집주보다 약 1,500년 전에 쓰여진 걸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문법적인 내용을 이해하려고 서울대 박기용 선생님의 "분논어(分論語)"를 함께 보고 있습니다

 

分論語’ 펴낸 언어학자 박기용 박사 ; – ‘논어의 문법’ 8개 언어로 파헤쳐

한문을 배우는 사람들에겐 오래된 속설이 하나 있다. 읽고 또 읽으면 저절로 문리(文理)가 깨쳐진다는 것. 영어를 배우는 사람들은 헌 책이 되도록 밑줄 쳐가며 문법책을 읽게 마련이지만, 한문을 읽기 위해 문법을 따로 공부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하지만 혹시 이것은 한문 문법이 아직까지도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오히려 동양학의 ‘신비화’에 일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언어학자 박기용(朴起用·서울고전고대문헌연구소장) 박사는 "바로 그렇다."고 말한다. 그는 최근 펴낸 ‘분논어(分論語)’(월인)에서 동양 최고의 고전 중 하나인 ‘논어(論語)’를 문법적으로 분석했다. 모두 20편 약 500장에 이르는 ‘논어’ 전문(全文)의 문장과 글자를 마치 수학 공식처럼 하나하나씩 풀어서 그 ‘문법적 정체’를 밝혀 놓았다.

 

‘논어’의 첫 문장인 ‘배우고 제때에 익히면 실로 기쁘지 않은가?(學而時習之不亦說乎)’에 대한 분석은 이렇다. "’學而時習之;‘은 주어/술어이며 어조사 ‘‘는 ∑(절)를 수식하는 서법소(의문)이다. ‘/‘은 ‘‘(술어)을 수식하는 부사이며 ‘學而時習之‘는 삭감명사결구(명사절)로 구성되었다.…"

 

‘논어’와 관련된 이런 저작은 일찍이 없었다. 하지만 그의 분석이 과연 타당한 것일까? ‘논어’라는 위대한 고전이 2000년 이상 그 분절이나 글자 한두 개의 의미를 놓고 여러 학설이나 학파가 형성될 정도로 문법이 정립되지 않은 책이라면, 그의 해석 역시 또 하나의 이설을 덧붙이는 게 되지 않을까?

 

여기서 박 박사가 어떤 사람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는 라틴어·희랍어·범어·타갈로그어 등 170여 종류의 언어를 해독, ‘언어학의 입신(入神)’이란 말까지 들었다. "물론 이 언어 모두를 모국어처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들 언어의 구문과 철자를 알아 문장을 해독할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논어로 다시 돌아가자. 그는 "고문체 한어로 된 ‘논어’의 문장은 수메르어·고대애급어·아카드어·히브리어·희랍어·라전어(라틴어)·영어·국어라는 8가지 언어에 들어 있는 문법 범주와 함께 조명해야 한다."고 말한다. 6편 ‘옹야(雍也)’에 나오는 ‘안회(顔回)는 그 마음이(回也其心)’라는 부분은 고대 아카드어의 전치화제화(前置話題化)로 풀어야 자연스럽게 뜻을 이해할 수 있다. 즉 ‘안회의 마음(回之心)’에서 화제가 되는 ‘회()’가 한 발 앞으로 나온 형태라는 설명이다. 4편 ‘이인(里仁)’ 첫머리도 이렇게 이해하면 훨씬 쉽게 의미가 나온다. ‘이인위미(里仁爲美)’는 전통적으로 ‘마을(의 인심)이 어진 것이 아름답다’로 해석됐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 문장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이를 명쾌하게 다시 푼다. "인()에 머물면 아름답다(It is beautiful to dwell in Goodness)." 즉 "어질게 살면 아름답다."는 해석이다.

 

박 박사는 "언어를 공부하며 숱한 세계의 고전들을 읽었지만 ‘논어’야말로 지고(至高)의 가치관을 지닌 탁월한 고전"이라고 말했다. 그 중에서도 ‘이인’편의 ‘아침에 진리의 말씀을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朝聞道夕死可矣)’는 말을 가장 아름답고도 함축적인 문장으로 꼽았다.

 

"문법을 제대로 알면 한문도 결코 어렵지 않다."고 주장하는 그는 다음 달 3일부터 서울 송파구 여성문화회관(02-2203-3330 )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논어’ 문법을 강의할 예정이다.

 

- 유석재 기자(karma@chosun.com) / 조선일보 / 2004. 1. 6(화), 22면.

 

이리하여 논어집주 한 권 공부하는데 제가 지출한 금액은 총 \ 177,000

  1. 현토 ‘논어집주’ (성백효 역주): \ 20,000
  2. 사서(四書) (성균관대학교 출판/헌채): \ 12,000
  3. 전통문화연구회 사이버서당 1년 무제한 사용권: \ 50,000
  4. 분논어 (박기용 / 월인): \ 50,000
  5. 기타 교재: 사서 강독 테이프: \ 45,000

공부를 하여 습득하게 되는 지식에 비하면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이라 생각합니다. 논어 서설의 끝부분에 보니까 정자(程子)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더군요.

 

程子曰 讀論語 有讀了全然無事者 有讀了後其中得一兩句喜者 有讀了後知好之者 有讀了後直有不知手之舞之足之蹈之者
정자가 말하였다. "논어를 읽음에, 다 읽고도 전혀 아무 일이 없는 자도 있고, 다 읽은 뒤에 그 가운데 한두 구절을 얻어서 기뻐하는 자도 있고, 다 읽은 뒤에 논어를 알고 좋아하는 자도 있고, 다 읽은 뒤에 곧 자신도 모르게 손발이 덩실덩실 춤추는 자도 있다."

 

저도 정자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다 읽고 덩실덩실 춤추며 기뻐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합니다. (學而만 읽고도 이미 춤은 추고 있습니다. 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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