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작성일: 2009년 5월 1일 @ learningculture.wordpress.com >
인사동에 몇 남아있지 않은 고서점은 어찌나 그렇게 일찍 문을 닫는지, 언제나 윈도우 쇼핑만 가능했던 내겐 고서점에 전시된 책들은 마치 전람회의 유리관 속 박제 같은 존재 일뿐이었다. (마치 성냥팔이 소녀가 추운 겨울밤 유리창 너머에 전시되어 있는 맛있는 음식을 바라보는 그런 분위기..)
원래 오늘 방문의 목적은 아트선재에서 열리고 있는 “진심(ZineSim)” 전시였다. 주차를 하고 풍문여고 쪽으로 걸어 인사동 초입에 거의 다 왔을 때, 그토록 한번 가보고 싶던 “통문관(通文館)”이 눈에 딱 들어왔다. 관광객의 거리가 되어버린 인사동에 유난히 고독해 보이는 점포. 한 두 시간 있는 동안 손님이라곤 나를 제외한 2명.
인사동 통문관 (출처: 한문과 우리 생활 블로그)
현관에서 주인이 계시는 가장 안쪽까지 서가가 양쪽으로 나란히 서 있고 대부분 영인본이지만 한적(漢籍)도 상당량이 쌓여져 있었다. 사실 고서적으로써의 한적의 멋을 부정할 순 없지만, 요즘 즐겨 구매하고 있는 인터넷의 학선재에서 신품으로 살수 있다는 것 때문에 굳이 욕심을 내지 않게 되었다. (또, 비싸기도 하고..)
통문관 대표 이종운씨 (출처: 덕성여대신문 – 2009. 03. 04)
들어가자마자 다산선생의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가 있냐고 물어봤고, 역시나 “네”라는 답을 들었다. 가게의 여자분(주인아저씨의 부인되는 분 같기도 하고.. “여자분”으로 통일하기로 했다)을 찾냐고 물어보셔서, “한적이요”라 대답했다. 그런데 주인아저씨 왈 “한적으로 다 구매하면 아마 천만 원이 넘을 거예요.” (오호!!)
여유당전서가 156권 76책이니 아마 족히 3, 4백만 원 할 것이라 했지만 그렇게까지 비싼지는 정말 상상도 못했다. 최근 학선재에서 구매한 율곡전서(栗谷全書)가 총 44권 38책이었는데, 정본으로 1백만이 조금 넘고, 내가 구매한 축소본일 경우 57만원이니 최소한 2배 이상은 될 것으로 예상 했지만…
통문관의 여자분이 영인본이 있다고 보여주셨는데, 2007년 한국학자료원에서 나온 영인본만 해도 백만 원 이여서 그냥 참았다. 작년 초에 학선재 사이트에 ‘여유당전서 출판을 부탁합니다’라고 문의 했을 때, 곧 출판 할 거란 답을 받았으니, 그냥 참아 보기로 했다. 아마 지금 혹 해서 구매하면 바로 학선재에서 “여유당전서 드디어 발간!” 이란 광고가 나와 버릴 것만 같아서 꾹 참았다. 아주 꾹!!
2시간 동안 춘원 이광수 선생의 “文章讀本”, 臺灣商務印書館에서 출판한 “四書今註今譯 (楊亮功 等註譯)” 그리고 동경대 출판회의 “日本朱子學と朝鮮”을 구매했다. 일본주자학과 조선은 일본의 퇴계학 권위자이신 阿部吉雄(아베 요시오)선생이 71년 집필한 책으로 국내에는 아직 번역이 안된 것 같다. 재미 있는 건, 누가 주자학에 대한 책이 아니라고 할 까봐, 하드커버 표지가 붉은색(朱)이였다
부록으로 “일본-조선-중국의 주자학 관계도표“아 있어 나중에 보다 깊은 공부를 할 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1971년이라 그럴까? 아니면 동양고전에 대한 책이어서 일까? 특이 한 건 대부분의 한자가 번체라는 것!!)
돈을 지불하고 보니 계산대 뒤편에 있는 일본책들을 보니, 책 제목아래에 모두 천황의 연호가 붙어 있었다. 메이지(明治)에서 쇼와(昭和) 시대 출판물들이 서가 가득 꽂혀있었다. 그중에 딱 눈에 들어온 책은 “朝鮮の鬼神.” 혹시 무라야마 치준(村山智順) 선생의 책인가 하고 물어 보니, 여자 분이 책을 꺼내어 주셨는데, 역시 그 책이었다. 오~~ “조선의 귀신”은 고3 여름동안 정말 흥미진지하게 읽었던 동문선의 그 책이 아니던가.. (고3이 벌써 20년 전 이라니.. 이런..) 바로 그 때, 지름신이 강림하셨다. 명품 백을 보면 흥분 여자들의 기분이 이런 걸까? 그래서 난 거리낌 없이 “얼마인가요?”라고 물었고, 여자 분은 “60만원입니다”라고 말 하셨다. 순간, 지름신은 사라지셨다. 의외로 경제관념이 있는 지름신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젠간 꼭 사리라)
* 참고로 네이버에서 검색해 보니 “조선의 귀신” 번역서가 이미 3권이나 발견되었다. 동문선 책 이외에는 읽어본 적이 없어서 다른 책과의 차이가 먼지 궁굼하다. (출처: 네이버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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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있다간 돈 다 쓰고 싶을 것 같네요” 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으면서 계산을 했다. 한적들을 더 뒤적이고 싶었지만 정말 있는 돈을 다 써도 모자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부랴부랴 계산서에 서명을 하고 그 곳을 나왔다.
하지만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상기한 책들이 아니다.
통문관에서 나와 발걸음을 돌리려는 순간, 정면 윈도우 진열대에 빼곡히 쌓여있는 한적이 있었다는 것이 생각났다. 고서점들이 모두 폐점한 시간대에 인사동을 걸으면 꼭 발걸음을 멈추고 바라보던 쇼윈도.
‘아차!’ 싶어서 다시 한 번 보기로 했다
- to be continued
통문관의 책값은 다른 곳보다 2~3배는 비쌉니다.
답글삭제저도 처음엔 자주 갔는 데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터무니없이 비싸더군요.
예를들면 성대 대동문화연구원에서 영인한 책들은 현재 성대출판부에서 인터넷으로 정가의 80%에 팔고 있는데 이곳은 정가의 1.5내지 2배를 받고 있습니다.
차라리 북코아나 북아일랜드에서 찾아보는 게 나을 듯합니다.
맞습니다.
답글삭제일반 서점 또는 헌책방에서 찾을 수 있는 책들에 비해 상당히 비싸더군요. 하지만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없는 책들이 많은데 그런 자료 구입의 장점은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
통문관이 터무니없이 비싼것은 아닙니다.
답글삭제더구나 제가 여쭤보니 성대출판부에서 절판된책들은
정가에 비해 비싸지만 혀재 판매중인 책들은 성대와 위탁판매 관계에 있어 성대와 같은 값을 받더군요.
절판도서를 위주로 하고있어 정가와는 다를 수 있지만
인사동의 다른서점들과의 시세를 볼때 터무니없는 정도는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다만 인사동 다른 서점들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여하고 있지 않아 가격이 노출되고 있지 않을 뿐이겠지요.
지방의 헌책방들과 비교하는 것은 좀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