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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15일 일요일

[옮겨온 글]통문관에 다녀왔어요 (2/2)

<원문 작성일: 2009년 5월 11일 @ learningculture.wordpress.com >

 

1편에도 사용된 사진과 같이 보통 인사동의 고서점은 그림과 같이 사진을 쌓아 놓습니다. 원래 한적이란 것이 현대의 책처럼 세워 놓기보다는 눕혀 놓는 것이 맞는 것 같네요. 아래 사진을 자세히 보시면 책 사이에 라벨이 끼워져 있습니다. 책 제목인 것이죠. 제대로 책을 찾으려면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답니다.

 

사진의 백인 아가씨는 어떤 책을 찾고 있었을 까요? :)

   통문관한적

 

중간쯤 내려 가니 눈에 확 들어오는 제목이 있었습니다. “孔夫子聖蹟圖”였죠. 몇 달 전에 한글로 번역된 책을 구매하긴 했지만 내용이 많지 않아 한적이라도 그렇게 비싸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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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들어가 책을 빼 보았습니다. (통문관 쇼윈도의 한적은 사장님의 도움이 있어야 꺼낼 수 있답니다) . 흥분된 마음으로 처음 몇 페이지를 보니 다음과 같이 되어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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孔夫子聖蹟圖序文

 

짧은 한문 실력으로 읽어 보니 “萬曆二十年歲次壬辰十月朔 山東按察司副使奉” 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만력이면 明의 신종의 연호이고 임진이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임진왜란이 일어난 1592년입니다. 산동의 어떤 안찰사부사가 아마 중앙정부의 누군가에게 봉(奉)하기 위해 만든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명대에는 지방관리의 뇌물성 출판이 꽤 있다고 하네요. (자세한 내용은 너무나도 흥미진지한 책인 “명말 강남의 출판문화” 를 참고 하세요)

 

‘오 임진년 출판이라면 너무나도 비싸겠다..’라는 생각에 가격을 물어보니 “15만원”이라는 말을 듣고 완전 흥분된 목소리로 “계산해 주세요”라고 외쳤고 바로 날아 갈듯한 마음으로 통문관을 나왔습니다.

사무실로 돌아온 저는 흥분을 가라 앉히고 좀 차근차근 책장을 넘겨보았습니다. 근데 생각보다 삽화의 질이 좀 떨어지는 느낌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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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공자성적도-김기주, 황지원, 이기훈 역주”를 다시 읽어보니 이런 내용이 나오더군요.

 

그런데 명대 ‘만력연간萬曆年間’ (1573~1619)에 이르면 “공자성적도”의 종류가 100여편으로 늘어난다. 이당시 간행된 판본에 그려진 그림의 내용들 역시 ‘정통본 공자성적도’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대신에 그림이나 내용들이 많이 추가되었다. 이는 당시 화가들이나 판각을 하는 인쇄공들이 창작한 것들로서, 옛날 판본에서는 볼 수 없는 그림이었다.

 

이 글을 읽으면서 ‘그렇군..’이라며 별 생각을 하지 않고 책장을 계속 넘겨보았습니다. 하지만 오늘 최고의 충격은 마지막 장에서 발생합니다. (두 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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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젠x!

이 책은 일정시대, 그러니까 대정(大正) 13년 즉 1924년에 인쇄 (흑흑..)된 책이었습니다. 출판소는 경성부 병목정 140번지, 지금의 중구 쌍림동이랍니다. 발행인은 차규범씨였습니다.

 

실제 인터넷에서 한적 공부자성적도를 찾아보니, 동일한 책이 몇 권 발견 되더군요. 다른 책들도 대부분 15만원 선이었습니다. 머 실제 책의 가격을 따지는 편이 아닌데다, 고서적을 재테크로 활용하고자 하는 생각이 아니었지만 잠시라도 흥분되었던 몇 시간 전의 스스로의 모습이 우습기만 합니다.

 

아무튼 혹시 공부자성적도에 관심있는 분을 위해 스캔 이미지를 몇 장 올려 놓겠습니다.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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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겨온 글]통문관에 다녀왔어요 (1/2)

<원문 작성일: 2009년 5월 1일 @ learningculture.wordpress.com >

 

인사동에 몇 남아있지 않은 고서점은 어찌나 그렇게 일찍 문을 닫는지, 언제나 윈도우 쇼핑만 가능했던 내겐 고서점에 전시된 책들은 마치 전람회의 유리관 속 박제 같은 존재 일뿐이었다. (마치 성냥팔이 소녀가 추운 겨울밤 유리창 너머에 전시되어 있는 맛있는 음식을 바라보는 그런 분위기..)

 

원래 오늘 방문의 목적은 아트선재에서 열리고 있는 “진심(ZineSim)” 전시였다. 주차를 하고 풍문여고 쪽으로 걸어 인사동 초입에 거의 다 왔을 때, 그토록 한번 가보고 싶던 “통문관(通文館)”이 눈에 딱 들어왔다. 관광객의 거리가 되어버린 인사동에 유난히 고독해 보이는 점포. 한 두 시간 있는 동안 손님이라곤 나를 제외한 2명.

 

통문관
인사동 통문관 (출처: 한문과 우리 생활 블로그)

 

현관에서 주인이 계시는 가장 안쪽까지 서가가 양쪽으로 나란히 서 있고 대부분 영인본이지만 한적(漢籍)도 상당량이 쌓여져 있었다. 사실 고서적으로써의 한적의 멋을 부정할 순 없지만, 요즘 즐겨 구매하고 있는 인터넷의 학선재에서 신품으로 살수 있다는 것 때문에 굳이 욕심을 내지 않게 되었다. (또, 비싸기도 하고..)


통문관 대표 이종운씨 (출처: 덕성여대신문 – 2009. 03. 04)

 

[옮겨온글]Learner's Book: 사기(史記)를 구입했습니다.

<원문 작성일: 2007년 10월 24일 @ learningculture.wordpress.com >

 

드디어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안 그래도 읽을 책들이 줄을 서있는 지금, 그 책들 (한 권이 아니라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은 더해만 갑니다) 눈에 들어와 버렸지요.

 

서울 시내 헌책방 중 몇 해 전부터 꾸준히 방문하게 된 이문동의 “신고서점“은 다른 헌책방과는 다른 깔끔함이 있습니다. 헌책방을 사랑하시는 분들은 용산의 “뿌리서점”같은 인정 많은 주인아저씨와 잘못 뽑으면 와르르 무너져 버릴 것 같은 책의 탑과 같이 헌책방 하면 의례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를 좋아하시는 분도 있겠지요. 물론 저도 그렇지만.. 신고서점은 다른 헌책방에서 볼 수 없는 일반 서점의 깔끔함이 있답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헌책방 탐험에서 한번 쓰겠습니다.)

외대 앞에 있어서인지 신고서점은 유난히 외국어 서적이 잘 정리되어 있어 평소에 저는 일본어 서적을 사기 위해 가곤 했죠. 그런데 일본어 서적 이중 책꽂이 앞에 눈에도 잘 띄는 파란색 책 묶음을 발견했죠. 평소 전집류는 노끈이 묶여 있고 가격이 위에 써있어서 자세히 보니 간자체로 사기()로 되어 있더군요.

 

간자체를 보면 머리가 아픈 저는 그냥 포기하고 새로 들어온 Bluebacks 만 열심히 보고 있었습니다. 지난번 방문에도 한 10권정도를 사갔는데, 이번에도 많이 들어왔더군요. 일본 책이라 오래된 것도 2천원이었답니다.

 

한 8권정도 고른 후, 간자체로 사기는 어떻게 되어 있는지 좀 궁금해서 노끈을 풀러 봤습니다. 오호! 이럴 수가! 원래 북경의 중화서국(中華書局)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책인데, 1959년 9월에 제 1판이 인쇄된 걸로 되어 있더군요. (구입한 책은 1996년 1월 제 14차 인쇄본) 따라서 중국 본토에서도 간자체가 전반적으로 쓰이기 전에 출간되기 시작한 책이라 사기의 원문은 물론 집해, 해설 그리고 심지어는 출판설명도 모두 번체(繁體)로 되어 있더군요.

 

질문!

출판설명에 옆줄이 두 가지
형식인데 무슨 뜻일까요?
알려주세요~

그래서 큰 맘먹고 구입해 버렸습니다. 사실 사기에 사자도 모르는 전 10권 묶음이 제대로 된 건지 아닌지도 모르는 체 말입니다. :-) 질러보는 거죠 머~~ 사실 공부 좀 하고 사려했는데, 헌책방이라는 곳이 ‘나중에 사야지..’하고 다시 가면 90% 팔린다는 사실. 그래서 2만원 버린다 생각하고 사 버렸습니다.

그리고 COEX에 반디서점에 가서 번역판 사기를 찾았죠. 사기라는 책이 그냥 방대한 내용이다라는 막연한 생각만 갖고 있었지 어느 정도인지 어떤 구성인지 그런 내용은 하나도 모르는 저로서는 여기저기에서 출판된 책들을 보니 정신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좀 공부를 해 보니 다음과 같았습니다.

1. 사기는 전 130권()으로 구성 本紀) 12권
- 표(
) 10권
- 서(
) 8권
- 세가(
世家) 30권
- 열전(
列傳
) 70권
* 참고: 옛 책의 권(
)은 지금의 장(Chapter)에 가까운 의미 입니다. 권이라는 것 자체가 지금의 종이 책이 아니고 대나무를 길게 잘라서 여러 개를 옆으로 넓게 엮으면 마치 지금의 김밥 마는 대나무 (이름이 머더라??) 처럼 생겨서 돌돌 말아 보관해서 권()이란 말을 쓴답니다.

- 본기(

. 후대에도 내용이 해석되거나 더해져서 南朝) 송()의 배인()의 사기집해(史記集解) 130권
  (현존 최고의 주석서)
- 당(
)의 사마정(司馬貞)이 사기집해를 근거로 사기색은 (史記索隱)
  30권을 짓고, 삼황본기 (
三皇本紀)를 보충하여 주석을 붙임
- 역시 당(
)의 장수절(張守節)이 다시 사기정의(史紀正義) 130권 추가

- 남조(

여하튼, 저는 그날 운이 좋아서 인지 총 10권 (이 권은 하나의 책을 샐 때 권입니다.)을 모두 구입했더라구요. 또 위에 적혀있는 것 처럼 시대에 걸쳐 덧 붙여진 해석도 모두 수록이 되어있었답ㄴ디니다. 아직 1권만 보고 있는데, 애석하게도 사마정의 “삼황본기”는 없고 사마천의 원전처럼 “오제본기(五帝本紀)”부터 시작됩니다.

한문 쉬운 문장만을 읽을 줄 아는 저로서는 한글 설명이 되어 있는 책이 필수적이었죠. 그래서 저는 또 저질렀습니다. 참고서로 사용할 요량으로 육문사의 동양고전신서의 “사기 – 本紀ž()ž“(박일봉 편역 / 15,000원)을 선택했죠. 실제 반디서점에서 찾아 보니 사기의 전문이 모두 번역된 책은 그리 많지 않더군요. 육문사의 사기도 총 4권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모두 구입하면 6만원에 육박하는군요.. 특히 육문사 사기는 사마정의 삼황본기(三皇本紀)부터 시작합니다. 그날 찾아본 모든 사기(史記) 번역서 중 유일했습니다. 그래서 같은 값이면 덤이 있는 쪽을 택하는 한국인의 성격을 발휘하여 J

그래도 마음은 즐겁습니다. 작년 5월부터 나름 한문공부를 한 티가 좀 나네요. (좀 자랑 같지만 흐흐) 그래도 열심히 파고있는 논어랑 대학보다는 문장을 이해하기 쉬워 다행입니다. 물론 명사들은 다 찾아봐야 하지만.

 

이제 오제본기(五帝本紀)의 순()임금 부분을 읽고 있습니다. 순임금에 대한 내용은 요()임금과 맞물려서 상당히 많네요. 순임금은 상당한 효자라고 알고 있습니다. 작년에 처음 동몽선습의 부자유친(父子有親)편에 을 읽는데 이런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昔者大舜父頑母嚚嘗欲殺舜
舜 克諧以孝 烝烝乂不格姦
孝子之道 於斯至矣

옛날 순(임금)은 아버지가 완악(頑惡)하고 어머니는 모질어서 일찍이 순을 죽이려 했으나, 순이 효도로서 화합하고 끊임없이 다스려 (부모가) 악한일에 빠지지 않게 했다. 효자의 도리가 지극한데 이르렀다.

그런데 실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는 사기에 잘 나오더군요. 꼭 한번쯤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